하필 외국어표기법과도 맞지 않는 어색한 발음의 '런닝맨'이라는 제목을 굳이 고집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S본부에서 성황리에 방영하고 있는 유르스윌리스와 하로로, 능력자 국종이, 임팔라, 기린이 출연하는 동명의 예능프로그램과의 시너지를 노린 것이었을까.
갑자기 발생한 살인사건인데 죄 없는 주인공이 쫓기게 되고 알고보니 이 살인사건은 그냥 평범한 사건이 아니라 거대한 조직의 음모였다는 스토리는 이제 너무 식상하지 않은가.
이미 할리우드에선 하도 흔해빠진 탓에 점점 사장되어가는 추세에 있는 전개이고 급기야 얼마전, 우리나라 네이버 웹툰 기x도의 스토리라인에도 비슷하게 들어간 전개가 아니었나.
한국 액션, 스릴러영화가 90년대 전성기를 못 넘는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바로 이런 감독들의 뒤처지고 획일적인 사고방식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홍콩영화를 대표하는 홍콩느와르가 할리우드가 거의 다 빨아먹고 남긴 찌꺼기나 핥아가면서 만들어지진 않았으니 말이다.
중국, 일본, 심지어 미국과 같은 언어권인 영국까지도 독자적인 작풍을 구축해나가는 중인데 우리나라 액션영화판은 너무 할리우드의 애널서커 노릇밖에 할 줄 모르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깝다.
내 장담하건데 사건을 쫓는 기자는 분명 편집장에게 '기삿거리 안 물어오냐'는 쪼임에 시달리다 우연히 이런 큰 떡밥을 덥썩 물게 된 전형적인 속물로 출발하지만, 점차 사건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기사 따위를 위한 것이 아닌 사회 정의실현을 위해 정성을 아끼지 않는 열혈기자로 재탄생 할 것이다.
형사는 과거 주인공의 도망행각의 피해자로서 승진에 차질이 생기고 프라이드에 손상을 입게된 트라우마가 있기에 주인공이 관련된 사건의 담당형사도 아닌데도 자진해서 '반장님! 저 놈, 제가 잡겠습니다'라고 나서지만 결국 정규 수사팀에는 끼지 못하고 혼자 수사하려다 기자와 주인공의 아들과 엮이게 되고 같이 추적에 나서며 경찰과 대립하게 되는, 전형적인 아웃사이더 형사일게 분명하다.
천재적인 두뇌를 갖고 있다는 주인공의 아들은 평소 아버지와 사회에 반항심을 가지고 있지만 똑똑은 해서 성적은 우수한 전형적인 사춘기아이의 이상향으로, 오히려 형사나 기자보다도 아버지를 미워하고 '그 녀석은 그러고도 남아요'라며 패륜아에 가까운 망발을 지껄여댈 것이 틀림없다.
그러다가 아버지를 쫓는 와중 아버지와 교감하게 되며 단 몇 초만에 철이 든 나머지 막 혐의가 풀린 아버지에게 '아빠아~~~'하고 눈물바람으로 안겨들 전형적인 성장소년으로 변모할 것이다.
경찰은 확실한 물증으로 주인공이 범인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조직의 압력을 받은 상부의 지시로 끝까지 주인공을 추적하려 들 것이며 처음에는 무한한 적개심을 드러내며 주인공을 쫓던 형사일행은 별안간 '이 사건... 단순한 그런 사건이 아니야!' 라고 외친 뒤, 주인공의 편에 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조직의 흑막과 어두운 공사장이나 산업폐기물들이 흩어진 공터에서 대면하게 될 주인공 혹은 형사일행은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는데, 그것은 바로 경찰 고위 간부, 아니면 형사일행에게 무전기와 휴대전화로 '이 사건에서 손 떼라'고 귀찮으리만치 압력을 가해오던 강력계 반장님이 실은 조직 편이었다는 진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이런 상황이라면 주인공과 형사일행은 손 쓸 새도 없이 쥐도새도 모르게 암매장당할 것이지만 영화에서는 조직과 경찰 내에 있던 프락치에게 형사가 정의의 탄환을 박아 넣거나 혹은 빈틈을 틈타 검거함으로서 '고위 경찰 관계자가 얽힌 비리사건'으로 신문1면을 장식하는 해피 엔딩으로 끝맺게 된다.
그리고 엔딩 뒤에는 주인공과 형사일행의 갈등이 순식간에 풀리며 눈물을 흘리다 결국 다같이 하하호호하게 되는 훈훈한 장면이 1~2분가량 나오게 될 것이다.
내 말이 틀린 것 같은가. 두고 보라.
살인 누명을 쓴 도망자의 액션스릴러 라는 뻔하고 식상한 슬로건을 내 걸은 이 감독의 머릿속은 이미 내 손바닥에 훤하니 드러나보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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