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에 가까운 감독.
있는 듯 없는 듯한 배우들.
대형 배급사들에 눌려 홍보는 커녕 투자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을 독립영화의 한계.
하지만 난 이런 영화를 기대한다.
이런 영화를 보러 갈 것이다.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보여지는 그의 독특한 실험정신과 기성체제를 거부하는 듯한 확고한 예술세계.
배우들의 필모그래피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연기라는 직업에 대한 사랑과 묵묵히 자기 맡은 일을 해내왔다는 성실함.
그리고 이 것들을 담아낼 '판타지없는 판타지 스릴러'라는 다소 위태로우면서도 알찬 꾸러미까지.
이런 요소들은 열악함과 부족함을 오히려 신비감과 특별함으로 승화시킨다.
충무로에선 망한 영화나 다름없을 10만 관객은 이 영화로서는 오히려 감지덕지로 받아들여야할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큰 투자를 받아 스토리성보다는 영상미와 특수효과로 승부를 보려는 블록버스터급 예산의 거물들, 제 2의 레미제라블 신화를 꿈꾸며 건너온 할리웃의 수입품들과 상대한다는 건 개소리나 다름 없을 것이다.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자 그제서야 남들에게 뒤지기 싫어 그 영화를 부랴부랴 보고서는 마치 감독의 철학을 이해라도 한 듯이 그럴듯한 감상평을 쏟아내던 대중은 결국 이 영화를 보러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도 결국엔 감독의 깨알같은 필모그래피의 한켠으로, 배우들의 소박하고 보잘것없는 필모그래피의 한칸으로 사라져 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문제삼고 싶지는 않다.
충분한 실력이 되는 감독은 결국 주류와 비주류의 갈림길에서 비주류를 택했다. 그는 자신의 실험정신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길을 택한 대신, 돈과 명예를 포기했던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고, 스스로 대중에게서 일단은 배제되기를 원했던 것. 그리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며 뚝심을 지키고 있는 그는 정말로 아름답다고만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렇기에 나는 이 영화를 보러 갈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